‘의료사고 논란’ 탤런트 박주아 사망사건 .

박주아(본명 박경자)는 서울 상명여고를 졸업하고 1962 21살의 나이에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. ​1972 KBS 인기드라마 ‘여로’에서 악덕 시어머니 연기를 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. ​‘여로’는 기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난 분이(태현실)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. 분이는 바보 남편 영구(장욱제)를 극진히 보살피지만 시어머니의 구박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. 그 시어머니 역을 박주아가 맡았고,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‘악녀’라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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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후 ‘세자매’(1982) ‘가족’(1984) ‘세월’(1987) ‘불의 나라’(1990) ‘하나뿐인 당신’(1999) ‘눈꽃’(2000) ‘태조 왕건’(2000) ‘제국의 아침’(2002)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40년 동안 안방 극장에서 활동했다. ​주로 인자하고 푸근한 어머니와 정 많고 눈물 많은 할머니의 모습을 그렸다.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의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기도 했다. ​박주아는 효녀로도 정평이 났다. 아픈 부모의 병수발을 20년 넘게 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. ​이런 그녀에게 운명은 가혹했다. 2011년 1월 박주아는 국립암센터에서 신우암(신우암은 소변의 이동통로인 신우에 생기는 악성 종양) 초기 판정을 받았다. ​담당의사는 “환자의 나이가 있어 암의 성장도 더디며, 신우암의 특성상 암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추후 상태를 보면서 내시경을 통해 암세포 종양만 제거하거나 그래도 안심이 안 되면 신장 절제술을 시행하면 된다”고 말했다. 당시만 해도 깨알만큼 작은 암종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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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박씨는 연기 생활을 위해 제거를 결정했다. 그녀는 4월1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. 담당 교수가 “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몇 개만 찝으면 간단하게 퇴원할 수 있다”며 로봇 수술을 권유해서 18일 수술을 받았다. 수술 5일 후에는 퇴원할 예정이었다. ​그런데 문제가 생겼다. 박씨는 수술이 끝난 직후 밤새도록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중태에 빠졌다.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. 그녀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약 한 달 만인 5월16일 69세로 사망했다. ​유족 측은 “로봇 수술 과정에서 십이지장이 파열됐고, 응급 복구수술 처치가 늦어져서 중태에 빠졌으며,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튜브가 5분 이상 빠지면서 뇌사에 걸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”며 의료사고를 주장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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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해명했다. “수술 전부터 환자가 고령인 데다 당뇨, 고혈압, 신장 기능 저하 등의 증세가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”며 “수술 후 다발성 장기부전(주요 장기가 동시에 나빠지는 증세) 등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 튜브는 종종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한다”고 밝혔다. ​유족 측과 병원은 ‘의료사고’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. 이에 유족과 지인, 환자단체는 “의료사고가 분명하다”며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.​그러나 검찰은 ‘혐의 없음’으로 수사를 종결했다. 검찰 관계자는 “쟁점별로 사안을 따져본 결과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”고 밝혔다.​박주아는 이렇게 어이없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. 그녀는 암 투병 와중에도 ‘남자를 믿었네’에 출연해 할머니 역을 맡는 등 쉼 없이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. 박주아의 유해는 경기 고양 유일추모공원에 안치돼 영면에 들었다.​